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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

미얀마와 캄보디아 종교 패권 항쟁, 아유타야 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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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와 캄보디아의 종교 패권 항쟁은 힌두교 대신 불교를 국교로 정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특히 아유타야 왕조가 종교 패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인도차이나반도 국가 대부분은 불교 국가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유타야 왕조

미얀마와 캄보디아 종교 패권 항쟁

9세기에 부상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조는 12세기에 힌두교 사원 앙코르와트를 세우며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앙코르 왕조는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을 지배했지만 태국과 미얀마의 불교 신앙은 흔들리지 않았다. 앙코르 왕조의 지배가 사실상 태국과 미얀마에 미치지 않은 것이다. 미얀마와 태국의 역대 통일 왕조는 불교를 국교로 정했다. 바간 왕조(11세기~14세기) 시대의 바간 유적과 아유타야 왕조(14세기~18세기) 시대의 아유타야 유적은 양국의 대표적인 불교 유적이다. 미얀마와 태국은 북부에 인접한 대리(7장 참조) 왕국의 소수민족과 티베트인 세력에게 침략을 당했다. 양국은 앙코르 왕조의 힌두교 세력과도 싸워야 했기 때문에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했다. 미얀마와 태국의 통일 왕조는 외부 침입에 대항하고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다신교인 힌두교 대신 불교를 국교로 정했다.

특히 미얀마의 바간 왕조는 앙코르 왕조의 힌두교 세력에게 종교 패권을 빼앗겨 복종하는 일이 없도록 불교를 보루로 이교도와 성전을 벌였다. 그럼에도 힌두교 신앙이 민중들에게 침투하자, 굳이 힌두교를 탄압하지 않았고 너그러운 태도로 화합을 도모했다. 바간 왕조의 왕도에 남겨진 바간 유적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의 하나로 꼽힌다. 약 4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땅에 3,000개 이상의 불탑과 사찰 유적이 세워져 있다. 바간 유적은 그 규모에도 불구하고 파고다(불탑) 복원 방법의 문제로 세계유산에 오르지 못하다가, 상황이 개선된 2019년에야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다. 바간 왕조는 약 250년간 미얀마를 통치했으며, 1287년 원 왕조 쿠빌라이에게 멸망당했다. 이후 미얀마는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에게 지배당하다가 16세기 전반에는 퉁구 왕조를 세웠으며, 18세기 중반에는 꼰바웅(알라웅파야) 왕조를 세웠다. 미얀마의 모든 왕조들은 불교를 통일 이념으로 삼으며 보호했다. 2014년 미얀마 정부가 31년 만에 실시한 국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불교도의 비율은 87.9%, 기독교도는 6.2%, 이슬람교도는 4.3%였다. 방글라데시 국경지대에 있는 라카인주에는 이슬람교도 로힝야족이 1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자국민이 아닌 방글라데시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있어 통계에서 제외됐다.

아유타야 왕조

13세기 앙코르 왕조가 사원 건축에 국력을 소모하고 힌두교 분파 항쟁으로 쇠퇴하자, 1257년 태국 북부에 최초의 통일 왕조 수코타이 왕조가 건국된다. 이로써 태국은 앙코르 왕조로부터 분리 독립하게 된다. 수코타이 왕조의 제3대 왕 람캉행 시대에 몽골 원 왕조가 인도차이나를 침공했다. 미얀마의 바간 왕조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조는 원의 막강한 군사력 앞에 굴복했다. 람캉행은 세력 확장을 위해 몽골인에게 쫓겨 태국으로 도망친 윈난의 대리국인들을 포섭했다. 몽골의 침공으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는 쇠퇴한 반면, 태국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수코타이 왕국은 불교를 왕국 통일의 이념으로 삼았다. 수코타이 역사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불교 유적지로서, 수코타이 왕조의 왕도였던 곳이다. 공원 중심부에 있는 왓 마하탓 사원 유적은 람캉행 왕 시대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1350년, 남부의 유력 제후 라마티보디는 수코타이 왕조가 쇠퇴한 틈을 타 반란을 일으키며 아유타야 왕조를 세웠다. 이 왕조가 건설한 수많은 불교 사원들은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아유타야 왕조의 왕은 불교의 보호자 ‘다르마라자’로 신격화되었다. 왕을 신격화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왕은 신’이라는 사상이 형성되었다. 일반인이 왕을 만지거나 쳐다보면 처형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상은 불교 교리에 없기 때문에 힌두교의 영향으로 보는 설이 있다. 아유타야 왕조는 말레이반도를 지배하며 믈라카 해협을 장악했고 남중국해, 인도양과 활발한 교역을 맺으며 번영했다. 수도 아유타야는 동남아시아의 국제 상업 중심지로 번창했다. 아유타야 왕조는 1431년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조를 멸망시키고 미얀마에 진출하여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을 지배하며 패권을 차지했다. 앙코르 왕조 이후 힌두교 신앙은 급속히 쇠퇴했고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로 변모하게 되었다. 태국의 불교문화는 라오스에도 전파되어 14세기 랑상 왕국이 성립해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이로써 베트남을 제외한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는 독실한 불교 국가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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